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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기냥/커리어

39. 미국 조기유학에 대하여

 

 

 

2000년대 초반만 하여도 한국에는 조기 유학 붐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다양했으나 국내의 치열한 교육 경쟁 구도보다는 아이에게 글로벌한 경험을 미리 심어주고 언어도 능숙하게 익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부모님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본인도 부모님의 지원으로 이 시기에 미국 보딩스쿨에 입학하였습니다. 국내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후에 유학 길에 올랐기에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무사히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미국 대학에 진학하였으며 중간에 군입대를 하였고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의 대기업에 입사를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미국 조기유학이 제 인생에 도움이 되었던 것은 맞습니다. 부모님과 어려서부터 분리돼서 생활을 하였기에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울 수 있었고, 제게 맞는 학습 방법 그리고 학습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 이 시기에 깨우쳤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과연 지금보다 더 나은 삶과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요?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미국 조기유학이 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24시간을 홀로 생활하는 유학 생활은 주위에 위험한 유혹들이 도사리고 있고 아이들은 이 유혹들을 과감히 뿌리칠 정도로 성숙하지 못합니다. 저 또한 학창 시절 동안 주위에서 이로 인한 무수히 많은 실패 사례를 봤습니다. 따라서 조기유학은 아이의 역량이 글로벌하게 꽃 피울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이 인생에 커다란 실패로 다가올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조기유학은 결국 아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다는 점입니다. 아쉬운 점은 아이가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할 것인지 아닌지는 보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공부를 잘한다고 미국에서 성공적인 생활을 할 것이다라는 것은 막연한 기대일 뿐입니다.

 

지금부터 제 경험을 기반으로 조기유학(고등학교 진학)의 대표적인 위험요소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1. 학습

 

제 고등학교 친구들 중, 저와는 다르게 한국에서 공부를 매우 잘해서 미국으로 유학을 온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친구의 부모님들도 아마 한국에서 공부를 잘하니 미국에서 더 큰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미국 유학은 결과적으로 독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학습법이 본인과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당시 한국 교육은 시험 위주였습니다. 따라서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로 공부를 해도 암기력이 좋은 아이들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다릅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당연히 존재는 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학기 중간중간에 퀴즈를 보게 되고 예고되지 않는 깜짝 퀴즈들도 있습니다. 이 비중이 만만치가 않아서 결국 그날 배운 것은 그날 익혀야지만 상위권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됩니다.

 

그 친구에게는 이와 같은 학습법은 맞지 않았고 한국에서 맛본 성취를 이어나가지 못해 좌절감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컴퓨터 게임에 빠지게 되었고, 이도 저도 아닌 대학에 진학해서 대학 과정도 마치지 못하고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모두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성과가 미국에서의 성과를 보증하는 것이 아닙니다.

 

2. 교내 활동

 

미국은 커뮤니티에 대해서 봉사하는 것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국가입니다. 따라서 대학입시 원서에서도 내가 고등학교에서 어떤 교내 활동을 했는지 기록하게 되며 이를 개인의 리더십 역량으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교내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유학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개인이 교내 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향이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성향과는 거리가 좀 멉니다.

 

미국은 학업 성적만 가지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에 결국 내향적인 아이보다는 외향적인 아이가 좋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어디서 학창 시절을 보내든 아이가 가장 큰 역량을 보이고 잘 평가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자라나는데 최적의 교육 환경이 아닐까요?

 

교내 활동을 못해서 유학생활을 실패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대학 진학 시 분명한 차이를 가져온다는 점이며, 교내 활동이 없는 아이는 아무리 우수한 성적이라도 높은 평가를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3. 유혹

 

미국 보딩스쿨은 학교에서 정한 스케줄대로 학생들이 생활하게 됩니다. 학교 밖을 나갈 때도 학교에서 정한 Boundary를 벗어나면 징계를 받게 되며, 하루 중에 공부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시간과 소등하고 잠을 자야 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이러한 빡빡한 스케줄 안에서 어떠한 유혹들이 있다는 것일까요?

 

청소년기 아이들은 반항심이 높지만 창의력은 굉장히 좋습니다. 따라서 학교 규율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망도 크며, 이를 회피하는 방법도 시간에 따라 자연스레 터득하게 됩니다.

 

초기 정착을 극복해낸 아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유"라는 것이 생기게 되고 이때부터 부모님의 감시에서 완벽히 벗어나는 본인 위주의 생활을 맛보게 됩니다. 이 극도의 자유로움은 독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을 잘 컨트롤하지 못한 아이들은 이성에 대해 일찍 눈을 뜨게 되며, 학교 친구들을 통해 마약도 경험할 수 있으며, 술과 도박에도 엮이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물론 이성과 술은 아이에게 노출되어 있습니다만, 부모님의 모니터링이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아이가 마약에 노출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미국은 생각보다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제 학창 시절 일본인 친구는 대마초를 기숙사에서 키울 정도로 대담했습니다.

 

이러한 유혹들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유학 생활은 실패로 마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으며,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한국으로 귀국해야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4. 영어

 

조기 유학을 한다고 영어를 능숙하게 배울 수 있다? 현실과 먼 막연한 기대입니다. 미국 전국 각지의 보딩스쿨 중 한국인이 없는 학교는 없습니다. 달라진 환경과 더불어 초기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아이는 유학을 가서 한국인 선배 또는 친구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고 결국 한국인 그룹과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당연히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어를 배울 수는 있으나, 학업을 벗어나면 영어에 100% 노출이 될 수 없는 환경입니다.

 

영어는 학업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로부터 배워야 하는데 기회가 적고 학업과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영어가 안돼서 학업을 따라가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영어 자체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조기유학을 간 아이들은 학업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영어를 배울 여력이 있지만, 고등학교부터 유학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영어 자체에 능숙해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음은 교육통계서비스를 통해 뽑아 본 미국 조기 유학생 현황입니다. 2006년을 최고점으로 2018년까지 미국 조기 유학생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비용적인 문제는 2000년 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2000년 초 당시에는 미국 유학원의 네트워크가 다양하지 못해서 몇몇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는 데에 반해 지금은 인터넷의 발전으로 무수히 많은 유학원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공급처가 많은 현재에 오히려 비용적인 부담은 덜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감소 추세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인구 절벽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 영향일까요?

 

한국의 전체 학생 만명당 조기 유학생 수 통계를 보겠습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체 유학생들을 포함시킨 자료로 위 통계와 100% 매칭이 될 수는 없겠지만 보시다시피 조기 유학생 수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트렌드는 확인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영어라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국내 인프라가 굉장히 발전하였습니다. 따라서 비싼 유학 비용을 들이면서 까지 영어를 배울 목적으로 유학을 보내는 경향은 많이 낮아졌다는 점이 주요 감소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미국 조기유학은 아이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정도로 아이게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또한 비싼 비용을 필요로 하는 일인 만큼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부모님들께서는 아이의 한국에서의 학업 성과보다는 내면을 잘 살펴보셔야 하며 현재의 국내 인프라를 보았을 때 영어를 배울 목적보다는 아이의 가능성을 키운다는 면에서 조기유학 여부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드린 사례들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아이라면, 미국 조기유학은 분명히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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